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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초록

소설 「삼켜진 초록」(2022)은 전작 「그린골드 작업실」의 후속작으로 미대를 졸업한 ‘지은’이 독립하면서 집과 작업실을 임대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체감한다. ‘환경오염’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지은’의 자기 기만과 모순, 30대 미술학원 원장이 된 ‘정은’과의 갈등을 다룬다.

「삼켜진 초록」 속 지은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학교 선배의 정은의 미술학원에 취직한다. 지은의 반지하 첫 자취방은 장마에 잠기고 독립과 경기도라는 낯선 생활 반경의 변화에 어렵게 적응하고 있다. 소설 속 미술 학원 원장인 정은은 서른네 살이지만 '산뜻한' 느낌을 주는 선배였다. 사람에게 '산뜻'하다고 표현하는 지은은 정은을 믿고 부모님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를 떨어져 독립했지만 원장이 된 정은은 집을 이사하려고 부동산을 다니느라 수업에 지각하는 지은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만을 갖는다.

“올해 두 명의 친구가 자살했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20대 자살률을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접해 무감각해진 화자의 둔화된 감수성과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열아홉 살에서 스물세 살 사이에 생긴다는 '예술가 병'은 만 스물두 살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완치가 돼 서로 자기는 '예술가병' 없었다고 시치미를 떼지만 가끔 이 시기에 갑자기 죽는 친구들은 아마 '예술가 병' 때문에 죽지 않았을까 소설 속 화자는 추측한다.  「삼켜진 초록」은 돌고래를 후원하고 텀블러를 사용하고 바다 오염에 눈물 흘리며 푸른 바다를 그리는 지은이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보호의 한계를 깨닫고 자본주의 사회에 첫 발의 내딛는 장애물들에 무기력해지는 심경을 담는다. 정은은 자신의 미술 학원의 성과에 과한 자부심을 갖는다. 

​'삼켜진 초록'은 날선 자기 입장의 대변을 조롱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의 과한 통제를 합리화하고 자신의 잘못과 상황을 과하게 비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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